멕시코 지진 체험
내가 직접 지진을 체험한 것은 작년 9월 경주 지진 때였다.
침대에 걸터 앉아 책을 보고 있었는데...마치 그네 탈 때 앞뒤로 반동을 주는 듯한 흔들림이 왔다.
단 몇 분이었을 텐데 꽤 오랜 시간이었던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이번 지진 역시 의자에 반드시 앉아 컴퓨터를 보고 있었던 탓에 흔들림이 확신으로 왔다.
움직이고 있을 때 보다 가만히 있을 때 흔들림은 더 명확할 것이다.
흔히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하는 지역에는 화산, 지진이 빈번하다.
딸이 멕시코 사는 5년 동안, ' 지진 있고, 화산 폭발하고 강도들이 빈번하지만 다 사람사는 동네인걸요' 하고
대범하게 말하곤 했지만 처음 지진을 겪었을 때 놀라서 카톡한 게 생각난다.
그러나 그 후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지진이 발생하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멕시코 가 있는 한달 동안 세번의 지진이 왔다
멕시코 도착해서 사흘만에 지진이 와서 첫번째 대피를 했다.
그 때는 아무 조짐을 느끼지 못했는데 아파트에서 비상벨이 울렸는지...딸은 사무실에 가 집에 없었고 현지인인
친구가 부리나케 나가자고 재촉을 해서 집 밖으로 나왔다. 얼마나 급했으면 아들은 제대로 된 신을 신을 겨를이 없어서
집에서 신던 조리를 신은 채 그대로 건물 밖으로 튀쳐 나왔다.
아파트에서 이미 먼저 나와 있는 사람도 있고, 우리 이후에도 계속 나오고 있었다.
개들을 끌고 나온 사람도 꽤 다수...20 분이나 지났을까
경비실에서 연락을 받았는지 들어가도 된다고 했다.
멕시코 시티는 원래 호수였던 곳을 섬과 섬으로 연결하면서 메운 도시라 특히 지진에 취약한 지반이라 했다.
자기들 말로는 ' 젤리 지형'이라고... 멕시코 도착 한 다음날 거리를 지나던 딸이 아주 오래 된 건물들을 가리키면서
몇차례 지진에 견뎌 낸 건물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일체 손을 대지 않도록 법으로 규제를 하는 건물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1985년에 일어난 지진으로 거의 7000이상 10000 명의 희생자를 낸 경험때문에 그 당시 지진을 겪은 사람들의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가 매우 심하다고도 했다.
상공에서 본 멕시코 시티
두번 째 지진대피는 호텔에 투숙하고 있을 때인데...
밤 12시 지나 막 잠이 든 나는 시누이가 외치는 소리에 얼떨떨하게 일어났다.
' 언니 지진인가 봐요. 빨리 나가요. '
나는 막 잠이 들었던 탓에 흔들림을 감지하지 못했는데 이미 초저녁에 한잠 자고
일어나 있던 시누이 말로는 바닥이 흔들려서 의자를 잡았는데 몸이 휘청거리더라고 했다.
위에 옷만 하나 더 걸치고 계단을 내려와 건물 밖으로 나가 거리에 피해 있는 사람들과 합류 했다.
맨발로 나온 사람도 있었고, 그야말로 팬티 바람에 나온 사람, 상의를 입지 못하고 나온 사람,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한 밤중에 어둠 속에서 대피를 했다.
그날 저녁을 호텔 식당에서 먹었는데 일본 아이돌 가수를 보겠다고 호텔 입구에서 죽치고 기다리는
젊은 사람들이 꽤 있더니 그 아이돌 가수라는 앳된 여자애들도 함께 피신을 해 있었다.
호텔 사람들은 대략 백명 못 되는 것 같았는데 다른 옆 건물서 나온 사람들이 연이어 있으니
죽 연결이 되어 도시전체에 대피행렬이 나와 있었던 셈이다. 불 자동차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도시곳곳에서 들렸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기에 공포스러운 분위기까지는 아니었다.
기다리는 동안 호텔에서 담요를 가지고 나와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우리도 옷이 얇았던 터라 담요를 하나 받아 시누와 함께 둘러 쓰고 기다렸다.
30 분 이상 시간이 흘렀던 것 같았는데 여진까지 봐서 안전하다는 연락을 받아야 대피가 해제된다고 했다.
마침내 위험이 끝났는지 다시 호텔로 들어 가게 되었는데 호텔측 사설 보안요원들이 군데군데서 손님들을 안내했다
엘레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올라 가도록 안내를 했는데 딸은 이런 일을 예상했던지 2층에 방을 잡아 놓았다.
방에 들어와 있는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와 고모가 놀랐을 거라며 아들과 지금 호텔로 오고 있다는 것이다.
피곤 할텐데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거듭 얘길 했음에도 딸이 호텔로 왔다.
나이 든 만큼 듬듬한 엄마와 고모를 보더니 안심이 되는지 1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우리가 떼밀다시피 해서
15분 정도 떨어진 집으로 다시 돌아 갔다 .
그 다음 사상자를 낸 9월 23일 지진 때 우리 일행은 깐꾼에 있었다.
그 날은 마침 1985년 지진에 대해 32주년 추모겸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기념식이 열렸는데 또다시
지진이 일어 나 버린 것이다.
우리의 이번 지진은 강도 5.4 였는데 포항에서는 숱한 건물이 무너지는 피해가 왔다.
멕시코 지진은 7.1, 7.8정도 였으니 말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후유증아 남았다. 삼백명이 넘는 희생자를 내었으니
별로 소문 내지 않고 왔음에도 여행 온 줄 알고 있는 지인들에게서 안부를 묻는 문자가 계속 들어 왔다.
딸이 사는 아파트 길 건너 맞은 편 건물들에 피해가 있다는 소식과 사무실 부근에서 가스가 새서
점검을 하고 있다는 연락을 접했고 딸 집은 어떤지 와서 상황을 봐야 알수 있을 것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보니 다행스럽게 넘어진 물건도 없었다. 이웃 상황을 보러 나갔는데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 새 아파트도 밑에 금이 가서 사람들이 짐을 내오고 이사를 하고 있는 모습,
겨우 자리잡은 가게가 주저 앉아 망연 자실하고 있던 가게 주이...멕시코는 도로 가운데 분수가 있고
군데군데 공원이 많은데 그 곳에 천막을 친 이재민들의 거주지가 마련되어 있었다.
필요한 구호물품이 적혀 있는 봉사센터...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이재민들에게는
식수 등 필요한 물자를 나눠주기 위해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이루어진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여러 장면을 목격했지만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혹 사진 기자라든지 내가 찍은 사진으로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는 바에야 다른 사람의 재난에 대해 차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평소에도 재건축 하는 곳이 많고 우리처럼 바깥 벽을 다듬어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벽돌 위에
색을 칠해 놓은 건축도 많아서 지진피해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기도 하고
도로 또한 위와 같은 곳이 흔해서 잘 보고 다녀야한다.
멕시코 음식은 짜고 달고 양도 무지 많다. 딸은 어쩔수 없이 적응 해 있긴 하지만 수시로 한국식당을 찾아 고국음식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내곤 하는지 ...그 중 딸 입맛에 맞는 식당이 있어 우리도 두번 정도 갔는데 깐꾼 다녀온 뒤
찾아 갔을 땐 식당 내부와 테라스 일부가 내려 앉아 영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있어 허탕을 쳤다.
9월 23일 지진으로 사십대 중반 한국인 남성 한명이 사망을 했고, 아직 어린자녀와 젊은 부인이 충격을 받고
넋을 놓은 상태라 주변에서 수습을 하고 장례를 치뤘다는 얘기도 들었다.
위 사진은 기사에 난 사진인데 ' 고향집' 이라 쓰인 식당간판이 보인다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거리와 우리나라 상품이 거의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구비된 식품점
김밥과 유부초밥 재료를 사 와서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했는데 아들 왈,
' 한국서 보기 어려운 사또밥을 여기서 보네.'
'해외 여행 > 멕시코, 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루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1. (0) | 2018.03.24 |
---|---|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 조망 (0) | 2017.12.28 |
숨겨졌던 공중도시 마추픽추 (0) | 2017.11.27 |
멕시코시티 풍경 (0) | 2017.10.15 |
멕시코시티 첫 인상 (0) | 2017.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