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남주, 사랑,황토현에 부치는 노래

생게사부르 2016. 1. 4. 17:30

김남주

사랑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사랑만이
불모의 땅을 갈아 엎고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천년을 두고 오는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가실을 끝낸 들에서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황토현에 부치는 노래>- 녹두장군을 추모하며

 

 

한 시대의

불행한 아들로 태어나

고독과 공포에 결코 굴하지 않았던 사람!

암울한 시대 한 가운데

말뚝처럼 횃불처럼 우뚝 서서

한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한 몸으로 껴안고

피투성이로 싸웠던 사람!

뒤따라오는 세대를 위하여

승리 없는 투쟁

어떤 불행도 어떤 고통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

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

가장 격정적으로 노래하고 싸우고

한 시대와 더불어 사라지는데

기꺼이 동의했던 사람!

보아다오, 이 사람을!

거만하게 깎아 세운

그의 콧날이며 상투머리는 죽어서도 풀지 못할 원한, 원한!

압제의 하늘을 가리키고 있지 않은가

죽어서도 감을 수 없는

저 부라린 눈동자, 눈동자는 불타는 도화선이 되어

아직도 어둠을 되쏘아 보며

죽음에 항거하고 있지 않은가!

보아 다오 보아다오

이 사람을 보아다오

이 민중의 지도자는

학정과 가렴주구에 시달린

만백성을 일으켜 세워

대지의 힘찬 목소리가 되게 하였다

그들 만 백성들은

이 위대한 혁명가의 가르침으로

미처 알지 못한 사람들과

형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새 세상을 겨냥한 동지가 되었을 뿐 아니라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이

아직까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자유를 알았을 뿐만 아니라

적과 동지를 분간하여

농민의 민중의 해방을 위하여

전투에 가담할 줄 알게 되었으니

보아 다오 보아다오

새로 태어난 이 민중을!

이 민중의 강인한 투지를!

굶주림과 추위와

투쟁 속에서 더욱 튼튼하게 단결된

이 용감한 조직을 보아다오

그리고 다시

우리 모두 이 사람을 보아다오!

오늘도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시고

영구히 살아 계실 이 사람을!

녹두 전봉준 장군을 보아다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공주 우금동학혁명군 위령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