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임영조 갈대는 배후가 없다

생게사부르 2017. 11. 12. 07:33

임영조


갈대는 배후가 없다



청량한 가을볕에
피를 말린다
소슬한 바람으로
살을 말린다

비천한 습지에 뿌리를 박고
푸른 날을 세우고 가슴 설레던
고뇌와 욕정과 분노에 떨던
젊은 날의 속된 꿈을 말린다
비로소 철이 들어 선문에 들 듯
젖은 몸을 말리고 속을 비운다

 

갈대는 갈대가 배경일 뿐 배후가 없다
끼리끼리 시린 몸을 기댄 채
집단으로 항거하다 따로따로 흩어 질
반골의 동지가 있을 뿐
갈대는 갈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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