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유
근무
울타리를 지날 때 나도 모르게 쥐었던 손을 놓았다 나팔꽃의
형태를 따라 한 것이다
오므렸다가 폈다가
안에 든 것이 뭔지 모르면서 그랬다
살아 있다면
뛰어다녔을 것이고 뛰어다니면 어지럽고 뛰어다니면 시끄러우
니까 쉬는 시간인가 보다 그러면서 붓 같은 걸로 살살 털어주면
서 붓을 갖다 놓으면서 문을 닫고 나왔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창백한 도감이었는지 모른다
물가에 앉아서 생각에 빠져서 종이에 싸갖고 온 것을 풀어보다
가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것도 아닌것을 주머니에 넣어오다니 내
일은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천천히 일어 날 때
쏟아지는 빛의 한 가운데였다
물감이 마르는 동안이라고 했는데
아직 거기 남아서 꿈틀대고 있었다 여전히 내가 뭔가 쥐고 있
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 시로 여는 세상' 2015.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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