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경
까마귀가 쌓이다
장난과 눈과 눈덩이를 나는 잊네
내가 던진 돌들에 대해 나는 잊네
내가 던진 돌들이 가 닿는 곳에 대해
나는 잊네
개구리와 웅덩이와 마음에 대하여 나는
잊네
동백이 떨어진 것을 잊고
동백이 떨어진 자리를 잊고
동백이 떨어져
이월이 가고 삼월이 간 그늘을 잊네
그늘 속에서 아직 겨울을 보내지 못한
까마귀들이
보리밭에 모여 보리들의 싹을 틔우며
기다리던 시간을 잊고
다가 올 봄날에 대한 대신 이야기를 나는 잊네
내가 던졌던 눈덩이처럼 녹은 헛된
마음들
나는 까맣게 까마귀처럼 잊네
내가 언제 허튼 마음을 던졌느냐고
다시 눈덩이를 뭉쳐들고
내가 던진 마음의 시간을 나는 잊네
던지지 못한 눈덩이들이 쌓여 있는
벌판을 잊네
내가 잊었던 마음의 시간들 이제 문득
되돌아와
누구를 향해 던졌던가
나의 허튼 마음들을 만나네
내던지거나 채 던지지 못한
사랑의 복숭아씨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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