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다솔사 갔던 날 시인과 아이

생게사부르 2017. 8. 20. 09:38

다솔사 갔던 날 시인과 아이

 

 

'푸른 시교실'이 더운 여름을 맞아 두 달 방학을 했습니다.

사무실을 옮기기도 해야하고 시교실 사부님 개인적으로도 시간이 필요하실 것 같아 저는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가르치며 배우는' 시간이 서로 성장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창작하시는 분이시니 무엇보다 혼자 시간

필요하실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그 와중에 ' 시교실 화요반' 여름 나들이 날짜를 잡았습니다.

 

 남편 직장따라 외국으로 다니는 젊은 문우가 한국에 있는 동안 시집 한권 묶겠다며 올초 시교실에 나오게 된 분이 있습니다.

이런 곳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작년에 나왔을 텐데 늦게 알게된 걸 후회하던 분이었지요.

 

먼저 다닌 우리도 이미 겪은 일이지만

자신의 시를  '감히 겁없이'  매주 가져와 발표를 하시다가...' 아 ! 이렇게 금방 시집이 만들어 지는 게 아니구나!'

아시고는 그 시기를 좀 늦춘 분인데,

남편 새 부임지를 따라 나가기 전에 본가가 있는 미국을 다녀오고 한국에 있는 날을 잡아 하게 된 나들이가

 ' 곤양 다솔사' 였습니다.

 

시 師父는 이미 시인들이 오실 때 마다 안내를 하여 다솔사는 수없이 드나드셨으니 다른 일 감을 찾으셨습니다.

가뭄이었지만 식수로 쓰는 곳은 아닌 것 같고 경내로 올라가기 전에 손이나 신발에 묻은 흙을 씼는 물인지...

 

물을 퍼 내는 작업에 호기심 많은 아기를 부추겨(?) 공동 작업을 했습니다.

뭘 모르는 우리는 나중에 스님께 혼 나는 것 아닌지 마음 조렸는데...

모기나 벌레 유충이 자라고 있어서 한번 씩 퍼내 줘야 한다네요. 

 

젊은 문우는 일어를 전공하고 번역도 하던 분인데 미국인인 그 남편분도 함께와서 이미 식사자리를 가진 적이 있고

아이를 맡기기가 마땅치 않을 땐 자주 데리고 나왔습니다. 얼마나 해 맑고 귀여운지...

 

알렉스나 태영이라는 이름의 이 아이는 영어를 쓸 것 같은 외모와 달리 튀어 나오는 말이 경남하고도 사천

문산 사투리여서 더 귀여우며 올 때마다 단연 우리모임의 주인공이 됩니다 

 

 

 

일단 눈을 맞추고 물 퍼내기 작업에 시범을 보이십니다.

 

 

 

 

엄마가 함께 거들기도 했고 놀이기도 하고 장난이지만 노동으로 변화된 결과에 흐뭇해 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엄마랑 입술로 하이파이브 !!! 세상에 제일 행복한 모자지간이네요. ^^~

 

지금은 일본에 가 자리를 잡아가는 중인데 이날의 나들이가 좋은 추억이 되었다고 엄마가 고마움을 전해 왔어요.

외국 생활을 하는 경우 특히 이런 사건이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힘이되는 경우가 많을 거에요.

 

 

 

 

 

끝까지 마무리를 하시는 시 싸부님의 은근과 끈기...언젠가 시 한편 나오겠습니다. ㅎ

불자이신 우리 총무, 미영샘이 주지 스님께 자수하여 상황을 설명 드렸더니...

가뭄이어서 흐드렛물 쓰려 두었는데 아니래도 한번 퍼 낼 작정이었다는 말씀이 돌아 왔습니다.

 

 

 

 

 태영이의 맑은 웃음은 식당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시 싸부님은 입안에 밥이 한 가득한 아이를 짓궂게 일부러 웃기고, 울리고, 시인답잖게, 아니 시인답게

' 똥배' 같은 말을 가르쳐서... 유홍준 샘을 잘 아시는 분들은 충분히 그럴 것이라고 예상을 하실 듯요. ^^ 

 

 

 

 

 

 

 

나희샘 예쁜 얼굴 자르고 팔만 강조돼서 죄송합니다.

 

 

다솔사 나들이 한번으로 블로그 세편 포스팅이 나오다니...

 

이제 막 대학을 졸업 할 아들의 반토막 국토자전거 종주, 친정 형제들의 여름휴가,

동갑내기 친구들과의 일박 여행 등

 유달리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이렇게 반추하며 또 한해 여름을 마감 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