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유홍준 가족사진,

생게사부르 2017. 7. 28. 00:54

유홍준


 

가족사진


아버지 내게 화분을 들리고 벌을 세운다 이놈의 새끼 화
분을 내리면 죽을 줄 알아라 두 눈을 부라린다 내 머리 위
의 화분에 어머니 조루를 들고 물을 뿌린다 화분속의 넝쿨
이 식은 땀을 흘리며 자란다 푸른 이파리가 자란다 나는 챙
이 커다란 화분모자 벗을수 없는, 벗겨지지 않는 화분모자
를 쓴다 바람 앞에 턱끈을 매는 모자처럼 화분 속의 뿌리가
내 얼굴을 얽어맨다 나는 푸름 화분모자를 쓰고 결혼을 한
다 제 멋대로 뻗어나가는 넝쿨을 뚣뚝 분지른다 넝쿨을 잘
라 새 화분에 심느느다 새 화분을 아내의 머리 위에 씌운다
두 아이의 머리 위에도 덮어 씌운다 우리는 화분을 쓰고 사
진관에 간다 자 웃어요 화분들, 찰칵 사진사가 셔터를 누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