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유홍준 당신의 발은 내머리 위에

생게사부르 2017. 8. 9. 00:40

유홍준


당신의 발은 내 머리 위에



계단 아래
꽃밭 있다 거기
허튼 목숨들 살다가 진다 계단처럼 죽음이
차곡차곡 쌓인다 나는 본다 모든 죽음은 계단처럼

빳빳하다
죽음이란, 구부러지지 않는 무릎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것
세상의 마지막 계단 나는
너의 발 아래
맨 가슴을 디민다 등짝을 디민다
당신의 발은 내 머리 위에 있다*
인조대리석 차가운 몸 위에
누군가 육신을 쌓고 또 쌓길 바라는 나는

계단 아래 계단이다

꽃의 소멸도 계단이 진다, 라고 읽는 계단이다


* 티베트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