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수
산나무 한통속
다솔사 주차장 앞에, 숲 언저리에 고사목 한 그루 서 있다. 탑 같기도 하고, 나무들의 공중전화 부스 같기도 하다.
이 일대 경치와 잘 어울린다. 장대한 수형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서 삼나무인 줄 금세 알겠다. 밑 둥치엔 해골같은
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 출구/ 입구일까, 무릎 꺾어 기어들어가 본다.
까마득한 시간의 천정, 큰 키 따라 줄곧 속이 다 비었다.
나이테, 과거가 없다. 이것이 수령 수백 년의 집대성, 침낭 같기도 하고 관짝 같기도 하다. 일행 중 그녀가
들어와 나랑 마주 섰다. 선택의 여지없이 배가 맞으니
딱 좋다. 이런! 붙박이고 싶다. 방황이란 오래 전부터
없는 뿌리를 앓는 병 나는 한 순간, 수만가지 잎잎이 한 통 속에서
한통속이 된 것 같아 정말,
그대로 한바탕 *하고 싶었다. 그 바람에
어둠지 꼭대기마저 펑, 병뚜껑처럼 열린다면
통천이겠다. 저,
몸이 통로다. 다솔사 주차장 앞에, 숲 언저리에 죽음이 꽉 잡고 서 있는 이 나무의 정체,
고사목이지만 자연스럽다. 자연스럽단 말은 어폐가
있다, 형해도 자연이다, 고쳐 말한다
* 행갈이가 임의로 되었음에 양해를...
나무 앞모습
사진 출처: ' 푸른 시인학교' 카톡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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