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광규
되돌아보는 저녁
자동차에서 내려 걷는 시골길
그동안 너무 빨리 오느라
극락을 지나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디서 읽었던가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영혼이 뒤따라오지 못할까봐
잠시 쉰다는 이야기를
발들을 스치는 메뚜기와 개구리들
흔들리는 풀잎과 여린 들꽃
햇볕에 그을린 시골 동창생의 사투리
당숙모가 차리는 시골밥상
나물 뜯던 언덕에 핀
누이가 좋아하던 나리꽃 군락을 향해
자동차에서 내려 걷는
시골길 저녁
시집<담장을 허물다>창비. 2013
* * *
그대 삶의 속도가 부디 영혼과 함께 가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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