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의 기록/이웃지역 진주, 지리산 부근

지리산 서암

생게사부르 2017. 8. 1. 11:06

지리산 벽송사 서암

 

 


벽송사의 암자인 서암 (西庵)은 벽송사 주지였던 원응(元應)이 한국 전쟁때 죽은 원혼들을 달래기 위해서

 1989년부터 10여 년간 불사를 일으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서암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 한마디로 특이했다.

전체적인 구조는 암자개념이니까 일반적인 사찰배치와 달리 그럴 수 있다쳐도

천태종이든 조계종이든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다소 보기 드문 특이한 불교조각 때문인 것 같았다.

 

반적으로 사찰 문을 들어설 때 나무로 조각된 금강역사상을 볼 수 있는데

여기는 바위에다 조각을 한 부조상이 즐비했고 들어가는 입구가 도교적인, 좀 과장되게 비유하면

죽어서 다른 세상에 들어서는 기분 같다고나 할까 ?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절벽에 새긴 마애사천왕상들이 이 절이 독특함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이 사천왕상을 지나면 대방광문이라는 바위굴처럼 생긴 석문이 나오고 이 문을 통과하면 절의 위쪽이 나타난다

지리산을 등지고 선 미륵반가사유상이 나무 밑에서 사람들을 반기고

그 앞으로는 미타굴이 나온다.



 

 

 

 

 

 

 

 

 

 

 

 

 

 

 

 

 

 

 

 

 

이곳에서 언덕을 조금 오르면 안양문, 극락전 같은 기도처가 나온다.

 
안양문은 일반인들도 들어가서 기도를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양문 입구의 약수터에도 마애로 벽에 새긴 부처님이 인자한 모습으로 앉아계신다.

그 뒤로 조그만 굴이 보이는데 선사들이 굴속에서 면벽 수행 정진하는 굴법당이다.

 

 

함양서 근무 할 때 집에서 효소를 담그는 일이 일상인 분들이 많았다.

학교에 가져와 나눠 마시기도 하고, 스승의 날 담임선생님께 별 하는 일도 없는 부담임에게 오미자 한병을

챙겨주셨는데 정말 잘 마셨다. 그 색깔 예쁜 차를 따뜻하게 또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나도 모르는 새 도시생활이 몸에 뱄는지 ' 선생님 그렇게 다 나눠 주면 집에 먹을게 남나요?' 하고

촌스럽게 물은 적이 있었다. 

 

' 나눠 먹는 재미지요. 이 곳 사람들은 장독에다 담그니 괜찮습니다. '

' 벽송사 서암 옆에 가면 따 가지 않는 오미자가 가득이라 하루 날 잡으면 한 가마니씩 따 올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같은 진로교사이자 시인인 한 선생님은 종류별로 담궈 놓은 효소를 지인들 건강에 맞추어

 나눠 주시기도 했다. 까마중은 어디에 좋고, 구기자는 누구, 혈압 있는 분은 또 어떤 효소로 담근... 

 

매스컴이나 인터넷에 너무 알려져서 개인개인이 반쯤 한의사나 약초 박사가 된 지금도 그렇게 딸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서암의 분위기가 무척 맘에 들어 그 다음해 지인을 안내해서 갔는데, 전체 배치와 잘 어울리지 않는 공간에

금박을 입힌 법당을 만들고 있었다.

 

" 어이구! 서암의 분위기는 이제 끝이구나! " 싶었는데 사람들 생각이 비슷한지 기호가 다른지

일부 블로그에도 그런 의견들이 있었다.

작년에 함양갔다가 형제들과 초등학생인 조카들과 입구까지 갔는데....

 

사찰은 스님들 수도정진하는 일상 공간이기에 옷차림이나 말소리를 낮게해서 방해가 되지 않아야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여름이고 계곡에서 놀았던 휴가였던 탓에 아이들 바지가 짦았는데 그 옷차림으로 못 들어 간다고 했다.

 

나중에 긴 치마를 빌려 입을 수 있다고 했지만...아이들의 욕구가 그렇게 강하지 않았는지 ' 꼭 봐야겠다' 는

생각이 옅었던지 그냥 돌아가겠다는 결정에 따라 입구에서 돌아섰다.

 

시간이 흐르면 같은 공간도 변화를 가져오기 마련이지만 더 좋게 바뀌면 좋을 텐데...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위 사진은 5-6월 이었던 것 같은데 또 언제 한번 가서 이전에 들렀던 시간과 추억을 떠 올릴 때가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