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미령 캉캉

생게사부르 2017. 7. 26. 00:23

김미령 / 캉캉

 

 

 

 
김미령

 

캉캉


두꺼운 장막, 열 겹의 주름 밖에 내가 서
있다

파도치는 거리, 언젠가 이 바깥을 모두
걸을 때는 너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도는 것을 멈출 수 없고
멈추는 방법을 우리는 모르고

너의 음흉이 나의 어리석음을 칭칭
감으며 비대해진 솜사탕처럼

치마를 벗기면 너는 얼마나 줄어들까
주름을 쫙 펴면 얼마나 넓어질까 도열한
풀들이 빽빽하게 막아선 것 잠깐 나왔다
들어가며 숨바꼭질 하는 것 누르면
까르르 웃기만 하는 아이가 들어 있고
뉘여 말리면 비쩍 마른 엉덩이들이
뿔뿔이 달아난다

무릎위로 일렁이는 흰 건반들

밤새 입안에 쇠붙이가 많이 쌓이고 새를
날린 아침 나무처럼 너는 헐렁해져서


- 파도의 새로운 망상

 

 

 

 

나혜석 작 : 깡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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