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신해욱 물과 피

생게사부르 2017. 7. 22. 01:10

신해욱


물과 피


피가 났다.

생각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목이 말라가는 중이었다.

목을
조심해야하는 시간이었다.

손가락 중의 하나가 저절로 움직이며
나의 이목구비를
하나씩
지우기 시작했다.

피에 섞인 생각들을
맨 처음부터
청결한 얼굴위에 그려 넣으려는 것이었다.

물을 마셔야 하는데
물을 마시고
힘을 내서
손가락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데.

눈을 떠야 하는데

그러나 먼저 피가 났다.

만약의 물을 미리 마실 수는 없는가.

목을 보호하며
한 겨울 같은 이빨을 키운다면
어떠 한가.

그러나 피에는
그런 생각마저
빠짐없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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