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령
건너가는 목소리
여기 앉아도 되겠습니까? 소프라노로 물었습니다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당신은 스푼을 떨어뜨립니다 노래하듯이 인사했을 뿐인데
누구의 호기심에도 들르지 않고 그 말은 곧장 날아갑니다
죄송합니다 가성으로 사과합니다 가성으로 웃다가 가성으로 멈춥니다
그건 첫 번째 내 목소리에 화답하는 메아리 같은 것입니다 목소리에게 가족을 찾아 주는 일입니다 들뜬 기분으로 실례하거나
춤추듯이
애도하는 것
뾰족한 발끝으로 테라스 위를 걷듯이 밥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옵니다
목소리는 인사를 잘합니다
공손한 공기처럼
성대 안에 붉은 입술을 가진 아이처럼
입 밖으로 도르르 풀려나가는 리본이 있습니다 입속에 품고 있던 작은 새들을 풀어놓은 것 같습니다
그것으로 한동안 끝입니다 저 사람이 나에게 한 말인가 하고 당신이 생각할 때
그것은 이미 거기에 없습니다
목소리가 목소리를 건네줍니다 장소가 드문드문 생겨나다가 사라집니다 예사롭지 않은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그것은 흔한 일입니다
귀를 잠시 겨울의 지붕 위로 데려가는 것은
시집『파도의 새로운 양상』(2017)에서
김미령 / 1975년 부산 출생.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파도의 새로운 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