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임솔아 여분

생게사부르 2017. 7. 23. 04:54

 

여분/ 임솔아


우두둑, 뜯어지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내 머리가 떨어져
바닥을 굴러가다가 사라졌고

나는 죽었구나
그랬는데

얼마나 더
여분의 목숨이 남아 있을까
차가운 무릎을 두 손으로 감싸쥐면
무릎이 녹아 내린다
무릎이 사라져간다

사라지고 있는데
살것 같다

나를 살게하는 것들과
나를 만나 본 적이 없다

내 심장은 어떻게 생겼을까
빨갛고 예쁠까

무릎에 눈꽃이 피고 있다
코트를 열어 무릎에 집어 넣고 감싼다

코트 안쪽에 달려 있는 여분의 단추에
나와 닮은 얼굴이 있다

까맣고 동그랗구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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