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빗방울/나희덕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 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 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 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 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 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현림 아무것도 아니었지 (0) | 2017.08.01 |
---|---|
사천 박재삼 문학관 (0) | 2017.07.31 |
김미령 캉캉 (0) | 2017.07.26 |
김미령 건너가는 목소리 (0) | 2017.07.24 |
임솔아 여분 (0) | 2017.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