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물울, 물결 속에서/신영배

생게사부르 2017. 6. 9. 00:02

물울/신영배


서 있던 저녁이 앉을 물, 두 다리가 젖을 울, 발끝이 떨릴 물, 잔잔하게
퍼질 울,
서 있던 꽃이 앉을 물, 엉덩이가 젖을 울, 붉을 물, 둥글 울, 아플 물,울


구름들이 수면위에 앉아 있었다
서로의 붉은 얼굴을 봐주고 있었다
찢어진 곳도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지붕만큼 부푸는 치마를 갖고 싶어
여자는 집을 나왔네

멀어 질수록 집의 단어들은 점으로 사라지고

치마를 부풀리고
연못 위에 앉은 여자

붉은 연못
서 있던 바람이 앉을 물, 얼굴을 묻을 울,고요할 물, 잊을 울,


<물 속의 피아노>중에서


 

물결 속에서


 

물랑 지우개를 쥐고 있다 시를 쓰며
지우면 그 자리에 물랑이 생긴다
어느 날은 손목에서 단어가 떨어지지 않는다
지우개로 지우자 손목에 물랑이 생긴다
어느 날은 두 다리에 문장이 붙어 있다
지우고 너를 만난다
사라진 긴 문장만큼 걷는다
물랑 물랑 물랑 물랑
네가 사라 질것 같은 날들이 걸어가고

사랑이 그만큼 걸어오는 물결이 있다

어느 날은 시 한편을 다 지운다
물랑물랑 온 몸이
물결 속에서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중에서


 

 

1972. 태안 출생
2001. <포에지> 로 등단
시집: ' 기억 이동장치' '오후 여섯시에 나는 가장 길어진다' ' 물속의 피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