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정화진 두 장의 유리판 사이에 물기가 있을 때처럼

생게사부르 2017. 6. 7. 12:57

정화진


두 장의 유리판 사이에 물기가 있을 때처럼



얇은 액체 층을 사이에 두고
단단히 붙어 있어
물안개 같은 그 무엇이
아릿하게
두 장의 유리판 사이에 물기가 있을 때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일 듯 말 듯
그렇게 젖어

 

*       *       *

 

 

모처럼 단비

갈증들이 좀 해갈이 되었을까요?

흙과 식물들과 사람들...

 

흠뻑 젖었을 때보다

유리창과 유리창 사이, 그릇과 그릇 사이

적은 양의 물이 훨씬 접착이 강하지 않던가요?

 

아슴하게 뿌리는 안개비에

마음은 더 흠뻑 젖습니다

아릿한 그리움도 더 커지기 마련이고요.

 

짧은 詩지만 '사람과 사람이 젖는'다는 거...

 

참으로 중요한데 요즘 일상을 유심히 바라보면 우선 나부터 사람 귀한 정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습니다.

휴대폰 카톡과 밴드 댓글이나 표정으로 반응하고, 목소리로 듣는 전화마저 뜸하게 꺼리니...

 

간혹 TV를 보게되면 영화, 여행 프로그램, 잭 바우어 '25시' CSI, NCIS, 하우스, 맨탈리스트 같은 미드를 봤습니다만

 

최근에는 중국 드라마에 일정부분 빠져있습니다.

윤아와 임경신 나오는 ' 조자룡' ' 신변성랑자' '여사부 반숙' 끝났고 종한량 안젤라 베이비 ' 적국의 연인'

끝날 때 됐고, ' 황제의 여인'' ' 대막요' ' 삼시삼생 십리도화' 등 로맨스와 역사와 무술이 복합된...

땅 덩어리 넓고 인구 많고 역사가 오래된 자산인지 중국영화 무궁무진합니다. 주제는 몇가지 한정되긴 하지만요

성장기에 황당해서 무협지를 접하지 않았더니 늦게 바람이 들었나봅니다.

 

천부인권님 블로그 ' 생각해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는 말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생각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일부러 생각을 하려고 노력해야겠지만

평소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은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눈앞의 화면에 맹하니 빠져 있는 시간도 괜찮습니다.

 

' 최승희' 를 소재로 한 김선우 작가의' 나는 춤이다'를 읽고 있고, 나혜석 정보찾다가 양귀자씨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읽었습니다.

 

좀 지난 소설들이지만 어느시대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려고 했던 여성들이 치뤄야 했던 댓가들

지금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소설이지만 일단 활자로 된 책을 접한다는 거, 자기계발서와 전공책외에 자연을 관찰하든지

문학, 역사, 철학 관련 독서를 하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생각키우기가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일회적인 삶'이란 전제로 가치와 의미에 치중했던지 너무 무겁게 진중하게 살아왔던 시절,

이제 나이가 들어서이겠지만 한 세월, 한 생애 건너는 일, ' 천상병' 시 ' 귀천'이 실감납니다.

소풍 나온듯이, 산책하듯이 살다가야지 하는 생각이 드니까요.

 

모처럼 단비에 갈증들이 일정부분이라도 풀렸기를 바라면서...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울, 물결 속에서/신영배  (0) 2017.06.09
조은 따뜻한 흙, 담쟁이  (0) 2017.06.07
최정례 칼과 칸나꽃  (0) 2017.06.06
신해욱 나의 길이 축, 생일  (0) 2017.06.04
조은 그늘  (0) 2017.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