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조은 따뜻한 흙, 담쟁이

생게사부르 2017. 6. 7. 23:59

조은


따뜻한 흙


잠시 앉았다 온 곳에서
씨앗들이 묻어 왔다
씨앗들이 내 몸으로 흐르는
물길을 알았는지 떨어지지 않는다
씨앗들이 물이 순환하는 곳에서 풍기는
흙내를 맡으며 발아되는지
잉태의 기억도 생산의 기억도 없는
내 몸은 낯설다
언젠가 내게도
뿌리내리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 뿌리에서 꽃을 보려던 시절이 있었다

다시는 그 마음을 가질수 없는

내 고통의 그곳에서

샘물처럼 올라온다
씨앗을 달고 그대로 살아보기로 한다



담쟁이


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나를 가두었던 것들을 저 안쪽에 두고

내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겠다
지금도 먼데서 오는 바람에
내 몸은 뒤집히고, 밤은 무섭고, 달빛은
면도처럼 나를 긁는다

나는 안다
나를 여기로 이끈 생각은 먼 곳을 보게하고
어떤 생각은 몸을 굳게 하거나
뒷 걸음질치게 한다

아, 겹겹의 내 흔적을 깔고 떨고있는

여기까지는 수없이 왔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