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신철규 눈물의 중력

생게사부르 2017. 5. 20. 00:32

신철규


눈물의 중력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 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 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 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너무 눈 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 밖에 없을 때가 있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 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 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 안으로 말아 넣고
그는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