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
반지하 엘리스 2
ㄱ. 절망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언제까지 제자리걸음일까
매미소리처럼 아픈 노래나 흘리며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노을이 잘 보이는 언덕에 서고 싶어
은하수 펼쳐진 꿈을 보고 싶어
울음이 울음으로 끝나지 않게
슬픔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게
한 우물 더 깊게 파는 나날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치지 못하는 나날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하지 못하는 나날
다리미처럼 뜨겁게 울어도 비가 내리지 않아
터널처럼 어두워도 해가 뜨지 않아
나는 너에게 가지 못한다
목메이게 네가 그리워
다시 너에게 간다
ㄴ. 서촌 옛집
마당은 잘 있나
다락도 고동색 마루도 안녕한가
제비가 봄을 물고 날아오나
삼 센티 대문 틈으로 살며시 들여다본다
울 집 앞 이상의 집에서
이상이 기침 콜록이며 시를 쓰나 들여다본다
인왕산에서 날아 온 나비와 실잠자리가
신비로와 가슴 두근대던 날
이때 만큼은 내 가슴이 완두콩보다
단단히 박혀 있는 것만 같아
몸에 울음이 가득차면
완두콩은 어마어마하게 불어났다
주체 못할 슬픔으로 커다라진 완두콩은
바람이 불면 나무대문쪽을 보았다
누가 오시나
누가 오시나
ㄷ. 축축한 지하방에서 꿈꾸기
푸른 하늘 펼쳐진 지평선을 걸어보고 싶다
그 곳이 해남 땅 끝 마을이어도 좋다
더 멀리 실크로도 아프리카 초원도 좋다
드넓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현기증 나도록 뜨거운 모래사막이 되독록
나를 하얗게 말려두고 싶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축축한 지하방에서
자꾸 흐트러지는 걸 막기
더는 슬쓸해하지 않기
떠나는 꿈으로 따스해져도
꿈을 미루거나 덮어두지 말기
더는 아무도 안 읽는 책처럼
자신을 덮어 두지 말기
ㄹ. 어떤 내일
내일은 아무도 자살하지 않는다
내일은 아무도 배고프지 않는다
내일은 힘겨운 일 찾기도 없고
누구든 고된 일로 울지 않는다
삽과 펜도 물고기처럼 숨을 쉬고
내일은 에어컨 수리기사가
난간에 추락하지 않는다
내일은 자폭테러와 어떤 총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일은 야채장사 할머니도 점포를 얻을 것이다
내일은 외로워 떠는 이를 껴안아 줄것이다
잃어버린 죄의식의 안경알을 되찾아
가슴을 치며 반성하는 이들도 있고
달라지지 않을 거라 여기는 내일만큼은
죽음이 쌓여 만든 내일만큼은
없을지도 모를
내일만큼은
1961. 경기 의왕
1990. <현대시학>' 초록말을 타고 문득' 등단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시가 나를 안아준다'' 침대를 타고 달렸어'
* * *
원래 영화외에는 TV를 잘 보지 않았습니다만
정권이 바뀌고 난 후, 간혹 스쳐가는 장면이 이전보다는 훨씬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 서로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지 미워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 어서 그렇습니다
'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인생'이기도 하고요.
' 선생님 생각이 맞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아서...' 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듣고 생활 해 온 터라
내가 생각하는 理想은 언제 현실이 될까?
理想
현실인 듯 원래부터 현실이었을까요?
자신들이 원하는" 꿈'을 향해,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매진한 사람들이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 놓고나면 또 다른 이상이 생겨나게 되고...
그렇게 그렇게 조금씩 나은 사회가 되어 온다고 믿는 것이지요.
사회가 이전 상태에 비해 '꼭 나아지는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지요.
시인이 얘기하는 '어떤 내일' 이 꼭 오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도달 불가능한 절대적 이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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