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문성해 나비잠

생게사부르 2017. 5. 17. 00:07

문성해


나비잠


잠 속으로 밤마다 아이가 와선 잔다
젊은 어머니가 베개로 눌러 주던 잠
그러면 옆구리에서 무럭무럭 밤이 잘 돋아났다

터널처럼 어두운 잠 속으로
하루종일 헤매던 들판이 환하게 오는 시간
나비는 곤한 날개 한 벌을
내 두 팔 위로 벗어 놓는다
그 많던 들판의 나비가 밤이면 다 사라지는 이유이다

나비카페,
가볍고 헐거운 잠들이 상자마다 핀에 꽂혀 있다
부서지면 부서졌지 날아가지 않는 잠 속의 나비들

이밤, 지구 귀퉁이에서
사각의 딱딱한 방바닥 위에
껌처럼 딱 붙어서
나비잠을 자는 사람들

납작하게 핀에 꽂힌 이 잠들을
츄잉검을 씹으며 내려다 보는 이가 있다
내 잠이 삐걱거리는 이유이다


<현대시학>2017. 4월호

 

 

 

 그림출처: 오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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