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
뒤꿈치라는 말
뒤꿈치라는 말이 예쁜 날 있다
남의 것도 내 곳도 들여다 볼 겨를 없던
지난 시절에는 몰랐던 것
앞만보고 살아왔던 시절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뒤꿈치
보아달라고 이제는 돌아볼 때가 되었지 않느냐고
거북등처럼 굳은살이 까칠까칠 바늘을 세운다
슬픔과 눈물을 짓이기는 데나 쓰였던,
대답 없는 땅을 구르는데나 쓰였던 것
한 생애를 요약하면 뒤꿈치의 두께가 될까
앞 꿈치로 조심조심 다가가야 할
꿈을 가졌다는 것이,
앞 끝에 힘을 주고 일어선다는 일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까치발 딛고 비상을 도모하며
넘어져도 깨어져도 즐거웠던 날들 뒤엔
묵묵히 굳어가는 것이 있어
꿈꾸던 세포들이 한쪽으로 몰려서 뒤꿈치를 이루었다
땀 냄새 고이 받쳐 안고 굳어진 시간의 바깥쪽
꿈의 알들은 화석이 되어가는지
거칠어서 이쁜 이름이 이렇게는 있다
* * *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촛불집회와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전직 대통령이 교도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시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여전히 썩 마음에 드는 선거풍토는 아닙니다.
요란하게 시작한 '민주주의 국정 질서'를 농단한 사람들에 대한 재판의 결과들을 봐도 그렇고....
그래도 민주주의가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계기는 될 것입니다.
정치인은 정치하는 사람이고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이지만
정치인도 시인들처럼 삶의 통찰력을 가져보면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생애를 요약하면 뒤꿈치의 두께가 될까'
'남의 것도 내 곳도 들여다 볼 겨를 없던 '
아니 어쩌면 내 뒤꿈치보다 남의 뒤꿈치를 보기가 더 쉬운 일일지요
'지난 시절에는 몰랐던 것
앞만보고 살아왔던 시절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뒤꿈치'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과 정책입안의 자리에 임명될 사람들이 자신의 뒤꿈치를 볼 수 있기를
'넘어져도 깨어져도 즐거웠던 날들 뒤엔
묵묵히 굳어가는 것이 있음을 '
국민들의 뒤꿈치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겨 줄 수 있기를 ...
참! 최근 이루어진 프랑스 대선에서는 30대 대통령이 당선되었습니다.
극우 정당 마린르펜(48)을 누르고 39세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뽑는 프랑스인들의 선택은 참으로
근대 시민혁명의 원조 나라답다는 생각과 함께
16세 제자와 동급생의 어머니이던 40세 교사가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해서 프랑스 영부인이 된 사연이 참으로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입니다.
부인 브리짓 트로뉴는 현재 63-64세 정도인데 이 경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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