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생게사부르 2017. 5. 6. 02:22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는 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 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에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 빛으로 물이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