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외국 시

파블로 네루다- 시가 내게로 왔다

생게사부르 2015. 12. 20. 19:19

파블로 네루다

 

시(詩)

 

 

그리고 그 나이때 ...시가

내게로 왔어.

난 그게 어디왔는지,

그게 겨울이었는지 아니면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나는 몰라

아니, 그건 누가 말해 준 것도 아니고

책으로 읽은 것도 아니며

침묵도 아니었어

내가 헤매고 다니던 어떤 거리에서

시가 나를 불렀던 거

밤의 한 자락에서,

뜻하지 않은 타인에게서

타오르는 성난 불길 속에서

혼자 돌아오는 고독한 귀로

그 곳에서 얼굴없이 있는

나의 가슴을 움직였어.

 

나는 뭐라고 해야할지 몰랐지, 내 입은

뭐라 말 할수 없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고 있었지

 

열정이나 잃어버린 날개,

내 나름대로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

뭔지모를,

순전한 넌센스,

(시에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나는 문득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遊星)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그림자

휘감아도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미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그래. 그랬어. 스무살 무렵이었지. 나는 날마다 저문 들길에 서서 무엇인가를 기다렸어.

강물이 흐르고,비가오고,눈이오고, 바람이 불었지. 외로웠다니까. 그러던 어느날 시가 내게로 왔어.

저 깊은 산 속에서 누가 날 불렀다니까. 오! 환한 목소리, 내 발등을 밝혀 주던 그 환한 목소리, 詩였어.

 

김용택 해제

 

 

감상: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라', '잉크보다 삶의 핏물에 더 가까이 갈 것'

시가 그를 건드린 것은 삶의 현장인 '어떤 거리'에서임을

어디선가 '삶을 피하는 자 수사(修辭)를 얻을 수 없다'는 표현

파블로 네루다는 머리로 말로 손 끝으로가 아니라

온 몸으로 역사의 주체인 민중을 껴안았음을 기억한다.

직역보다 의역을 택했고, 노벨상을 받은 시인에게 시가 처음 올 때의 느낌을 알게 해 준다.

시를 써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어렴풋이나마 공유할수 있는 감정? 느낌일지,

직관이랄지...^^ 

 

파블로 네루다(1904.7.12-1973.9.23. 69)

본명 (Neftali Ricardo Reyes Basoalto)

 

칠레 파랄에서 태어나 산티아고에서 졸

시 쓰는 것을 싫어하는 아버지로 인해 어린시절부터 흠모했던 체코의 시인 ' 얀.네루다'에서 

차용한 예명이 결국 그의 이름이 되어 버렸다.

본 이름은 너무 어려워서 한번 불러보기도 쉽지 않겠지만...

 

칠레의 시인,정치가, 외교관,마르크스주의자

1971년 노벨 문학상. 1953년 레닌평화상 수상

대표작: <스무편의 사랑시와 한편의 절망의 노래>, <내 가슴속의 스페인>

<지상의 거처>,<마추픽추의 산정>,<모든이를 위한 노래>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의 민중 시인으로 불리며,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받는 시인이다.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사랑과 일상에 대해 노래하여,

'사랑의 시인', '자연의 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 한편 극단적인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정치, 경제적 상황이 불안했던

칠레에서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에 투신해 동시대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한 작가이기도 하다.

1971년, '라틴 아메리카 대륙의 운명과 희망을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한 공로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지명되었다.

 

파블로 네루다의 본명은 리카르도 엘리에세르 네프탈리 레예스 바소알토로,

1904년 7월 12일 칠레 중부의 파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호세 델 카르멘 레예스 모랄레스는 철도원이었고,

어머니 네프탈리 바소알토 오파소는 교사였다.

파블로는 네프탈리가 39세의 늦은 나이에 낳은 아이였는데, 그 때문인지 네프탈리는 분만 후 몸을 회복하지 못하고

두 달여 만에 산욕열로 사망했다. 얼마 후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테무코로 이사하고 재혼했는데,

새어머니는 억압적이고 거친 아버지의 손에서 그를 따뜻하게 보살펴 주었다.

그의 첫 시는 '사랑하는 엄마'에게 드리는 시였다.... <문학사를 움직인 100인>에서

 

 

 

Pablo Neruda (1904년 7월 12일 ~ 1973년 9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