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성복 섬, 어머니

생게사부르 2017. 4. 29. 00:13

이성복


섬 


섬과 섬이 만나 자식을 낳았다 끝없이
너른 바다를 자식섬은 떠돌았다 어미
섬과 아비섬을 원망하면서...
떠돌며 만난 섬들은 제각기 쓸쓸했고
쓸쓸함의 정다움을 처음 알았을 때
서둘러, 서둘러 자식 섬은 돌아왔다
어미 섬과 아비 섬은 가라 앉은 뒤였다


 

 

 

어머니 


 

달빛 없는 수풀 속에 우리 어머니
혼자 주무시다가 무서워서 잠을 깨도 내
단잠 깨울 까봐 소리 없이 발만
구르시다가, 놀라 깨어보니 어머니는
건넌방에 계셨다 

어머니, 어찌하여 한 사람은 무덤
안에 있고 또 한 사람은 무덤 밖에
있습니까

 

 

*       *       *

 

 

쓸쓸함의 정다움을 알 나이

인간의 근원적 고독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알 나이

 

이 있을 수 없는 곳에 '어머니'를 보냈다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