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
허공이 되다
강아지를 가지러 왔다
한마리를 슬며시 쓰다듬어 안으니
어미가 손안 새끼의 귀를 핥는다
입을 핥는다
이제는 영 이별이구나
대문밖으로 나서서 새 주인에게 건네 주어도
어미는 울음소리도 없이
그저 담 위로 두 발을 얹은채
밖을 내다본다
나는 어느 쪽을 바라봐야 할지 몰라 잠시 허둥대었다
들어와 보니 어미는 남은 강아지에게로 가서
입을 핥아준다
그렇게 하나의 이별이 지나고
다음의 이별까지 어미개는
새끼들을 안고 핥고 먹인다
하는 수 없이 한참을 그 앞으로 가 앉아
꾹꾹 누르고 앉아 허공이 되어보기도 하다가
맨 나중에 나의 일생을
삼켰다
- <뺨에 서쪽을 빛내다> 2010. 창비
서성자
자화상 (부분)
열 살 땐가 젖을 뗀 어미개가 차에
치였다
어머니는 그 주검을 붉게 잘라 안쳤다
제 어미 더운 품에 들 듯 코를 박던 새끼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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