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신미나 낮잠

생게사부르 2017. 4. 5. 14:17

신미


낮잠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훔치다
벌레 같은 것이 만져졌다
검지로 찍어 보니 엄마였다

 

나는 엄마를 잃어버릴까

골무 속에 넣었다

엄마는 자꾸 밖으로 기어 나왔다

 

엄마, 왜 이렇게 작아진거야

엄마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다

 

다음 생애는

엄마로 태어나지 말아

 

손가락으로 엄마를 찍어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잠에서 깨어나

눈가를 문질렀다

 

 

 

 

 

 

 

*      *      *

 

 

팡팡,

 

어제 오늘, 일시에 벚꽃망울이 터져

거리에 팝콘을 수없이 튀겨놓는다

 

봄의 향연이자 벚꽃축제의 대명사이다시피한 진해군항제는 첫날부터 비가 내리더니 오늘도 꼽꼽하게 비가 내린다

기억 해 보면, 작년 축제기간 열흘동안에도 자주 비가 내렸다

 

이즈음 우리의 계절은 상식적이지 않다

봄이 와서 나날이 따뜻해지던 날씨가 해뜨면 갑자기 여름 날씨처럼 덥고 해가 나지 않는 날은 여전히 겨울로

쌀쌀하게 남아 있다

 

열대 기후는 하루 속에 여름과 겨울이 다 들어 있어 낮 동안은 더위로 헉헉거리다가 밤이 오면 영하로 내려가

추위로 지샌다더니 우리의 기후도 그렇게 변해가는지...

 

꼽꼽 한 날에는, 낮잠 한 솎음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좀 개운한데

작가는 꿈에서 ' 쌀벌레' 같이 왜소한 엄마를 만났다.

 

어린아이일적에는 이 세상에서 엄마 아빠가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 여기는 때가 있다

자신의 필요를 다 해결해 주기 때문이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기대고 비빌언덕이기 때문이다

 

어느날 뒤에서 본 아빠의 어깨가 쳐져있고 목욕탕에서 본 아버지의 등이 왜소하게 느껴질 때

'엄마'라는 이름,'아내'라는 이름값에 짓눌려 지치고 피곤한 엄마를 볼 때

 

자식들은 부모 역시, 거리에서 보는 아저씨 아줌마들처럼 한 생을 건너는 고달픈 삶의 과정에 있으며

부모들의 희생을 밟고 자신들이 성장했음을 알게되는 가슴아픈 심정이 될 때쯤

자신도 어느새 아버지처럼, 어머니처럼 살아가야하는 한 과정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즈음은 꼭 남자만이 가족을 부양하는 직업전선에 있는 것은 아니고

여자들이라고 가족들 뒷바라지 하는 살림에만 매이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라는 책임감 '아빠'' 엄마'라는 이름값은 여전히 가볍지 않은 명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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