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안도현 순서

생게사부르 2017. 4. 4. 00:17

안도현


순서

맨 처음 마당가에
매화가
혼자서 꽃을 피우더니

마을회관 앞에서
산수유나무가
노란 기침을 해댄다

그 다음에는
밭둑의
조팝나무가
튀밥처럼 하얀
꽃을 피우고

그 다음에는
뒷집 우물가
앵두나무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피어나고

그 다음에는
재 너머 사과밭
사과나무가
따복따복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사과밭 울타리
탱자꽃이
나도 질세라, 핀다

한 번도
꽃 피는 순서
어긴 적 없이

펑펑,
팡팡,
봄꽃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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