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배한봉 각인

생게사부르 2017. 4. 1. 11:15

배한봉

 

 

각인


이름부터 아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다
장수풍뎅이, 각시붕어, 닭의장풀꽃
사는 법 알면 사랑하게 되는 줄 알았다
아이는 한 송이 풀꽃을 보고
갈 길 잊고 앉아 예쁘네 너무 예뻐, 연발한다
이름 몰라도 가슴은 사랑으로 가득차
어루 만지지도 못하고 눈빛만 빛내고 있다

사랑은 아는 것 보다 느끼는 것임을

내게 가르쳐 주고 있다

헛것만 가득한 내게 봄을 열어주고 있다

깨닫느니, 느낌도 없이 이름부터 외우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 아니다

생각보다 먼저 마음이 가 닿는 사랑

놀람과 신비와 경이가 나를 막막하게 하는 사랑

아름다움에 빠져 온 몸 아프고

너를 향해 달려가지 않으면 안되는 그 때

사랑은 웅숭 깊어지는 것이다

이름도 사랑 속에  또렷이 새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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