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수영 봄밤

생게사부르 2017. 3. 16. 14:10

김수영


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赫赫한 업적業績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行路와 비슷한

회전廻轉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人生이여

 

 

재앙災怏과 不幸과 격투激鬪와 靑春과

千萬人의 生活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節制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靈感이여

 

 

 

1959. 달나라의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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