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 임솔아
도시를 만드는
게임을 하고는 했다. 나무를 심고 호수를 만들고 빌딩을 세우고
도로를 확장했다. 나의 시민들은
성실했다.
지루해지면
아이 하나를 집어 호수에
빠뜨렸다. 살려주세요, 외치는 아이가 얼마나 버티는지
구경했다. 살아 나온 아이를 간혹은 살려두었고 다시 집어 간혹
은 물에 빠뜨렸다. 아이를 아무리 죽여도 도시는 조용했다. 나는 빌
딩에 불을
놓았다
허리케인을 만들고 전염병을 퍼뜨리고 UFO를 소환해서 정갈한
도로들을 쓱대밭으로 만들었다. 선량했던 시민들은 머리에 불이
붙은 채 비명을
지르며 뛰어 다녔다. 내 도시 바깥으로 도망을 쳤다. 나는 도시를
벽으로 둘러 쌌다. 그러나 모든 것을
태우지는 않았다.
나의 시민들이 다시 도시를 세울수 있을 정도로만 나는 도시를
망가뜨렸다. 더 놀고 싶었기 때문에, 더 오래 게임을 하고 싶었
으니까. 나는 나의 시민들에게 미안하지
않다. 아무래도
미안하지가 않다.
약간의 사고와 불안은 나의 시민들을 더 성실하게 했다
- '시로 여는 세상' 2015. 가을호
* * *
망쪼가 든다는 거,
나는 예언가나 점쟁이는 아니다.
그럼에도...과거를 바탕으로 현사회를 조금만 제대로 이해하면
어느정도 미래사회를 예측할 수 있다
현 정권이 들어설 때,
나는 그녀가 현실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보다
' 대통령 놀이'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를 이야기하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최악이었고
정치든 종교든 맹신하는 자들이 만들어 낸 우상의 수준이란게
참으로 한심하지만 그게 대한민국 일부 국민의 수준이라는 거,
윗물... 아랫물 운운 하는 속담이 있지만
난 그렇게 해석했다.
쿠데타와 혁명이 어떻게 다른지 알 필요도 없이 실패하면 역모고 성공하면 혁명이요,
박정희 전두환처럼 자신도 그런 기회가 오면 쿠데타도 좋고
제 백성을 적으로 삼아 총부리를 겨누고 죽여서라도 권력을 잡고 잘 먹고 잘 살아 보겠다는 생각들
정직하지 않아도, 도덕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인간적인 신뢰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어도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주워섬겨도
이멍박, 박그네처럼만 살 수 있다면....하고 목매다는 사람들....그들...
간디의 7가지 사회악을 다시 되새겨 보는 날이다.
급진적일 만큼의 강도 있는 사회 정화는 아니더라도 촛불든 국민들의 자존감이 지켜지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결과를 가져오길...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칠환 봄 시 두편 (0) | 2017.03.13 |
---|---|
서안나 생각하는 사물들 (0) | 2017.03.12 |
심언주 노출, 나무가 새를 놓을 때 (0) | 2017.03.09 |
심언주 굴뚝들, 잃어버린 손 (0) | 2017.03.08 |
이정록 콩나물, 노명순 노란음표들 (0) | 2017.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