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칠환
봄 1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 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봄 2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1963. 충북청주
1992.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2001 '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당신'
2004. '내게 가장 가까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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