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승해 냉이의 꽃말

생게사부르 2017. 3. 19. 13:59

김승해


냉이의 꽃말


 

언땅 뚫고 나온 냉이로
된장 풀어 국 끓인 날
삼동 끝 흙빛 풀어진 국물에는
풋것의 향기가 떠 있는데
모든 것 당신에게 바친다는 냉이의 꽃말에
찬 없이도 환해지는 밥상머리
국 그릇에 둘러 피는 냉이의 꽃말은
허기진 지아비 앞에
더 떠서 밀어 놓는 한그릇 국 같아서
국 끓는 저녁마다 봄, 땅심이 선다

퍼주고도 다시 우러나는 국물 같은
냉이의 꽃말에
바람도 슬쩍 비켜가는 들,
온 들에 냉이가 돋아야 봄이다
봄이라도 냉이가 물어 주는 밥상머리 안부를 듣고서야
온전히 봄이다

냉이꽃, 환한 꽃말이 밥상머리에 돋았다

 

 

1971. 대구 출생
2003. 대구 계명대대학원 문예창작과 수료
2005.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백산엔 사과가 많다>로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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