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심언주 노출, 나무가 새를 놓을 때

생게사부르 2017. 3. 9. 08:08

심언주


 

 

 

노출

타일을 촘촘히
붙여 나가다 보니
해바라기 하나를 다 건너갔다.

햇빛 때문이다.

얼굴에
새까맣게 박힌 점들을 밟고 눈동자들이 지나간다.

완성되기도 전에
나는 모자이크 처리된다.

그런 날 오후에는
울타리 밑으로
낯선 얼굴들이 목을 빼고 기웃거린다.

 

나무가 새를 놓을 때


날개와 날개 사이에 새가 끼어 있다

새는 날개와 날개 사이를 빠져 나오지 못한다

날개는 새에게 너무 큰 매듭이다

날아 오를 때 날개는 새를 부풀린다

날개는 새를 마음대로 여닫는다

날아가는 것도 부딛치는 것도 날개가 선택한다

날개가 팽팽히 새를 당겨

새는 곧 양분될 듯하다

하늘과 땅 한가운데 끼어

새들이 펄럭인다

하늘로 가라앉으며 구명 신호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