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언주
잃어버린 손
악수하면서 내 손을
그의 손과 바꾼다
남의 손으로 밥을 먹고
남의 손으로 일기를 쓴다
물건을 떨어뜨린다
손을 다친다
나와 손의 불화는 계속된다
버스 손잡이마다
수평선마다
책장마다
밑줄마다
손이 있다
주체할 수 없는 손들을
펄럭이는 천수관음보다도
나는 손이 많다
잠자리를 잡았다가
놓치는 순간
잠자리는 허공으로 내 손을 끌고간다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비는 대가로
나는 번번히
손을 잃는다
고무장갑처럼
껍질을 남겨두고
그 많던 내 손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굴뚝들
내 목으로 알지 못하는 얼굴이 배달되었다.
거울은 시간 여기저기로 얼굴을 옮긴다.
나는 얼굴이 달아나지 못하게 스카프를 묶는다.
보름달이 둥둥
굴뚝 위에 걸린 밤.
이 얼굴입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얼굴을 깎고, 메우고
몽타주는 쉽게 완성되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얼굴이 날아가 버린다.
그런 줄도 모르고 뜨거운 무엇이
목 위로 치민다.
끓어 오르는데
표정을 감추는구나.
머리칼이 하얘지는 구나.
충남 아산
2004. 현대시학 등단
시집: ' 4월아 미안하다' 2007. 민음사
' 비는 염소를 몰고 올수 있을까?' 2015.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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