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심언주 굴뚝들, 잃어버린 손

생게사부르 2017. 3. 8. 08:55

심언주


잃어버린 손


악수하면서 내 손을
그의 손과 바꾼다

남의 손으로 밥을 먹고
남의 손으로 일기를 쓴다

물건을 떨어뜨린다
손을 다친다
나와 손의 불화는 계속된다

버스 손잡이마다

수평선마다

책장마다

밑줄마다

손이 있다

주체할 수 없는 손들을
펄럭이는 천수관음보다도
나는 손이 많다

잠자리를 잡았다가
놓치는 순간
잠자리는 허공으로 내 손을 끌고간다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비는 대가로
나는 번번히
손을 잃는다

고무장갑처럼
껍질을 남겨두고
그 많던 내 손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굴뚝들

 

 

내 목으로 알지 못하는 얼굴이 배달되었다.

 

거울은 시간 여기저기로 얼굴을 옮긴다.

나는 얼굴이 달아나지 못하게 스카프를 묶는다.

 

보름달이 둥둥

굴뚝 위에 걸린 밤.

 

이 얼굴입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얼굴을 깎고, 메우고

몽타주는 쉽게 완성되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얼굴이 날아가 버린다.

그런 줄도 모르고 뜨거운 무엇이

목 위로 치민다.

 

끓어 오르는데

표정을 감추는구나.

머리칼이 하얘지는 구나.

 

 

 

 

 

 

 

충남 아산

2004. 현대시학 등단

시집: ' 4월아 미안하다' 2007. 민음사

        ' 비는 염소를 몰고 올수 있을까?' 2015.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