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정록 콩나물, 노명순 노란음표들

생게사부르 2017. 3. 7. 00:15

이정록


콩나물


작은 양손을
머리통 속에 디밀어 넣은 동승들
헛발 위에서의 저 숭엄한 합장
맨머리에 폭포수를 맞으며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까닭은
밖으로 나아 갈 싹에게
빠른 길을 내 주기 위해서다
머리를 숙이는 일이
어찌 사람만의 일이겠는가
작은 손에 파란 핏줄이 돋을 때까지
외발로 서 있으리라 끝내는 지붕이며
주춧돌 다 날려 버리고, 스스로
다비식의 젖은 장작이 될
저 빼곡한 법당들


노명순

 

 

노란 음표들

 

 

 

물을 뿌려 줄 때마다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어

통통 튀는 악상들이 떠 올랐나보다

노랗게 입을 꼭 다문 아우성이

금방이라도 공중으로 솟아 올라 선율로 퍼질 것 같다

 

새가 퍼드득 날아 갈 것 같은 알레그로

꽃이 살며시 피어나듯이 아다지오

양철 지붕에 빗방을 튀기듯 스타카토

 

나는 성급히 지휘자가 되어 폭발 할 것 같은

열정의 음표들을 뽑아낸다

각각 소리의 날개를 달아준다

너는 비올라,너는 피아노,너는 첼로

쓰임에 따라

무대위에는 배치된 악기들로 수북하다

 

콩나물 오케스트라의 서곡이 울려 퍼진다

 

 

 

이미지 출처: 과학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