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문성해 봄

생게사부르 2017. 3. 3. 00:45

문성해





여자 하나가 실실 웃으며 공원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저 여자는 아무도 눈치 못 채게
아주 살짝만 실성한 거라서
지나가는 봄 바람만 건듯 건드리고 갈 뿐이다

지난해 미친 폭풍을 따라갔던 노래 하나가
올해는 보도블록 위로 잔잔히 아지랑이 음률을 꽂고
지난해 먼 나라에서 일찍 산화한 심장들이
올해는 이 곳 영산홍 자리에 활활 불붙었는데

저 여자는 아주 살짝만 맛이 간 거라서
아무도 실성을 알아채지 못하는데

낮술 한잔 걸쳤나
웬 살짝 돈 철쭉꽃 하나
개나리 가지 위에 걸터 앉아 또 실실 웃는

사소한 실성 하나쯤은 표도 안 나게
벌어진 목숨들 위에
여기저기 외도外道가 꽃망울을 여는 한낮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