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앞/ 고영민 시인 앞/ 고영민 꽃은 시인 앞에 와서 핀다 꿀벌은 시인 앞에 와서 날개짓한다 잎새는 시인 앞에 와서 지고 군인은 시인 앞에 와서 담배를 꺼내 문다 흰 고양이는 죽는다 시인 앞에 와서 연인들은 시인 앞에 와서 입을 맞춘다 아이들은 시인 앞에 와서 뛰놀며 노인은 시인 앞에 와서 운다 .. 시로 여는 일상 2019.09.16
박소란 습관 습관/ 박소란 돌아서면 머리카락이 자라고 손톱이 자란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마음이 어수선할 때마다 머리를 자르는 습관이 있다 손톱을 깎는 습관이 있다 밤에 손톱을 깎으면 슬픈 것을 보게 된다는데 신기하기도 하지 영정에는 유독 먼지가 잘 앉고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한다 어서 .. 시로 여는 일상 2019.09.15
곽재구 달빛 달빛/ 곽재구 누가 홑이불 배에 덮었다 까끌까끌하고 시원한 가을 물살 같은 징검다리 곁 물고기 몇 마리가 이리 와 함께 춤추자 말 할 것 같은 그런 이쁜 꽃은 지금껏 보지 못했네 누비 홑이불 밖으로 두 발을 가만히 빼본 것은 생의 우연한 일 누국가 가만히 내 발바닥에 고운 자기 발바.. 시로 여는 일상 2019.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