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균
우리처럼 낯선
물고기는 왜 눈썹이 없죠? 돌들은 왜 지느러미가 없고 새들이 사라지는 하늘은 금세 어두워지는 거죠? 저토록 빠른
치타는 왜 제몸의 얼룩무늬를 벗어나지 못하나요? 메머드라 불리던 왕들은, 맨처음 씨앗을 뿌리던 손은 어디로 갔나요?
꼭 지켜야 할 약속이, 무슨 좋은 일이 있어 온건 아니에요 우연히, 누가 부르는 듯 해 찾아 왔을 뿐이죠
누군지 모르지만, 그래서 잠들때 마다 거미줄이 얼굴을 뒤덮고 아침의 머리카락엔 불들이 흘러 내리는 걸까요?
한 처음,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그냥 웃게 해 주세요. 지금 구르고 있는 공은 계속 굴러가게 하고 지금 먹고 있는 라면을 맛있게 먹게 해 주세요
꽃밭의 꽃들 앞에 앉아 있게 해 주세요
꽃들이 피어 있는 동안은
뒤
꽃이 오고 있다
한 꽃송이에 꽃잎은 여섯
그 중 둘은
벼락에서 왔다
사락 사라락
사락 사라락
그릇 속의 쌀알들이 젖고 있다
밤과 해일과
절벽 같은 마음을 품고
깊어지면서 순해지는
눈동자의 빛
죽음에서 삶으로 흘러오는
삶에서 죽음으로 스며가는
모든 소리는 아프다
모든 소리는 숨소리여서
- - 멀리 오느라 애썼다,
거친 발바닥 씻어 주는 손들이어서
아프고 낮고
캄캄하고 환하다
사락 사라락
사락 사라락
제 발자국을 지우며 걸어오는 것들
아무에게도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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