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그늘의 소유권
세상의 모든 것들은 그늘을 만든다
꽃잎은 열매를 떨군 통증이 만든 얇은 그늘이고
돌은 어둠이 밤마다 찾아오는 외로움을
조금씩 뭉쳐서 만든 그늘이다
그늘이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그늘을 갉아먹는다
손부채로 얼굴에 그늘을 만들고
길을 나서다가 보았다
100년 수령의 느티나무 그늘을
순간 삼키던 허공.
바람이 수시로 들어 올리던
해수욕장에서 빌린 그늘막처럼
그늘의 경계는 허술했다
내 속에 심어놓은 그늘의 뿌리는
가늘고 얕아서 종일 일렁인다
소유권을 가진 자가
빠른 속도로 거두어들이면
거울에 비친 내 몸처럼
감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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