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천상병, 귀천, 그날은, 강물, 갈매기

생게사부르 2015. 12. 13. 17:51

천상병

귀천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날은

 


이젠 몇 년이었는가
아이론 및 와이셔츠 같이
당한 그날은...

이젠 몇 년이었는가
무서운 집 뒷 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날은....

네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쪽이 강자인가를....

내 마음 하늘
한편 가에서
새는 소스라치게 날개 편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관계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精感)에 가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때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마리 새

 

 

강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갈매기

그대로의 그리움이
갈매기로 하여금
구름이 되게 하였다

기꺼운 듯
푸른 바다의 이름으로
흰 날개에 하늘을 묻어 보내어

이제 파도도
빛나는 가슴도
구름을 따라 먼나라로 흘렀다

그리하여 몇번이고
몇번이고
날아 오른 자랑이었다

아름다운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천상병 시인은 순수시인, 기인 등으로 불립니다.

자신의 시에서 처럼 참으로 순진무구하게 어린아이처럼 살다가 간 시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태어 난 것이 아니라 1967년 이응노, 윤이상 등 문화예술인들이 관련됐던

"동백림(동 베를린)' 사건에 연루되어 중앙정보부에서 무지막지한 고문을 받고 육체의 고통 속에서

순수하고 맑은 정신이 어이없이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 탓입니다.

  쿠데타로 일어나 철권으로 유지되던 부도덕한 정권은 평범한 한 인간의 삶을 그렇게 여지없이 파괴하기도 합니다.

 

시인은 1954년 서울대 상대를 수료했고, 1956년 〈현대문학〉 월평(月評)을 집필하고 외국 서적을 다수 번역했고,

이 시기 그의 시에는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담겨 있고,

평론 역시 그의 박식함과 명석함, 비판의식이 예리하게 나타났다고 하니 필시 지성인으로 성장 했을 사람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깊이 상한 이후 가난과 방탕, 주벽으로 일관한 삶을 살았고 많은 일화를 남겼습니다.

그의 시는 동심에 가까운 순진성과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서정으로 가난·죽음·고독 등을

일상적이고 소박하며 순수한 말로 표현했으며, 간경변증으로 죽음을 앞둔 시기에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지난 세월을 담담하게 돌아보고 인생을 받아들이는 달관과

관조의 태도를 형상화했다고 보여집니다.

 

향인 마산 출신이어서 2007년 딸과 함께 목순옥 씨가 운영하던 인사동의 전통찻집

 ' 귀천'을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위치가 세 군데나 되어 목순옥 씨는 못봤습니다만

목순옥씨의 사랑 또한 존경스럽습니다.

학생시절 오빠의 친구로 안 이래로 1972년 결혼을 하고 어린아이나 마찬가지인 시인을 부인이자

보호자로 평생을 부양을 했습니다.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서 인사동 까지 출퇴근을 하며 찻집을 꾸려 나갔으니까요.

출근하면서 담배 한갑, 맥주 한병 값을 받고 행복을 노래했던 시인의 심성이' 나의 가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1971년 나온 그의 첫 시집 〈새〉는, 행려병자로 오인된 그가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되었을 때,

친구들이 그가 죽은 줄 알고 유고시집으로 엮은 것이라고 합니다.

 

1988년 만성 간 경화가 발병하였고 이미 예행연습을 한 번 했던 것 처럼 1993년 의정부 시립병원에서

소천을 하고 유고집 ' 나 하늘로 돌아가네' 가 나오게 됩니다.

 

1991년 나온 ' 요놈, 요놈, 요 이쁜 놈'과  1993년 '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 의 시집의 제목이

참으로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물고문을 비롯 해 성기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등의 잔인한 고문과 6개월 옥고를 치른 탓으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삶의 조건인 자손을 볼 수 없는 몸 상태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니

시인이 어린이를 대하는 심정은 일반인과 또 달랐을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을 모두 정리한〈천상병 전집.2007>이 간행되었으며 2003년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고 합니다.

                   

                    그외에도 그의 시와 인생을 기리는 기념사업이 꾸준히 추진되어,

                    그의 일대기를 다룬 연극 <소풍〉과 뮤지컬 〈귀천〉이 만들어져 공연되고 있으며

                    2004년부터는 그의 기일에 맞춰 해마다 〈천상병 예술제〉가 열리고 '천상병 시문학상'이 수여되고 있습니다.

 

평생 어린아이나 다름 없었던 시인의 반려자로 신앙에 가까운 믿음과 존경과 사랑을 보여 주었던

목여사는  '날개 없는 새 짝이되어'로 당신들의 삶을 정리 하면서 '천상병 기념 사업회'를 맡아

마무리 작업을 했으며  상계동 '수락산 자락'에 ' 시인 천상병 공원'이 생겼습니다.

 

시인의 고향인 마산에서도 2009년 4월 만날고개에 그의 시 <새> 시비제막까지 마무리를 하고

2010년 시인이 먼저 소풍 간 곳에 올라 함께 천진한 웃음지으며 이 세상에서의

불행했을 수도 있을 삶을 행복으로 잘 녹여 자신의 소임을 다 했음을 흡족하게 여길 것 같습니다.

 

     정태춘 박은옥씨 노래 중에 천상병씨가 똑 같은 말을 세번씩 되풀이 하던 음성이 귀에 쟁쟁합니다.  

 

 

 

 

                   p.s   http//blog.daum.nett/jesong21 에

                       

                        이승하- 천상병 생각,  귀천2-안희선, 카페 귀천에서-손희락

                        시인등이 천상병 시인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시가 실려있으며 천상병 시인에

                        대한 자료가 상세히 실려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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