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상국 동네치킨집을 위한 변명

생게사부르 2017. 1. 14. 23:28

이상국


동네치킨집을 위한 변명



눈은 오다 그치고 어쩌다
한잔 생각이 간절한 저녁,

가게들이 더러 셔터를 내리는 그 시간에
마누라 눈치를 보아가며 기어이
후라이드 반 양념반을 주문한다면
치킨집 주인도 좋아하겠지

벌거벗은 채 차례를 기다리던 닭들도
얼른 기름 가마 속으로 들어가며 몸을 풀겠지만
저녁 내내 어정거리던 알바 청년은
얼마나 신이나서 골목길을 달려오겠니

거기다 소주나 맥주 천쯤 같이 시킨다면
초저녁부터 갑갑한 통 속에서
사내들의 오르내리는 목젖과
출렁이는 뱃구레를 그리워하던 그것들은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몸을 흔들겠지
걸그룹처럼 춤을 추며 달려오겠지

 

 

*         *         *

 

 

참으로 소박한 서민들의 작은 즐거움이었는데

그것마저 어려워지는 시절인가 보다

닭은 커녕 달걀조차 미국서 수입해 왔다고 한다

 

동네 치킨집이 너무 많이 생겼기도 했지만

운영이 어려워도 어쩔수 없이 울며겨자 먹기로

유지하고 있기도 하고

못 버텨서 '가게임대'라고 써 붙인 집들도 수두룩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참으로 쉽지 않은 상황일텐데

뉴스에서는 그래도 서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기싸움하는 얘기로 가득하다.

 

언제쯤 이 상황이 정리가 되고, 좀 안정적인 일상이 소소한 행복이 되기도 하는

그래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 란 소리가 나오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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