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문태준 아침, 아침을 기리는 노래

생게사부르 2017. 1. 9. 00:06

문태준


아침


 

새떼가 우르르 내려 앉았다
키가 작은 나무였다
열매를 쪼고 똥을 누기도 했다
세떼가 몇 발짝 떨어진 나무에 옮겨가자
나무 상자로 밖에 여겨지지 않던 나무가
누군가 들고 가는 양동이의 물처럼
한번 또 한번 출렁했다
서 있던 나도 네 모서리가 한번 출렁했다
출렁출렁하는 한 양동이의 물
아직은 이 좋은 징조를 갖고 있다

 

 

 

문태준

 

 

아침을 기리는 노래

 

 

시간은 꼭 같은 개수의 과일을

나누어주시네

햇볕, 입술 같은 꽃, 바람 같은 새, 밥,

풀잎 같은 잠을

 

 

나는 매일 아침 샘에 가 한통의 물을

길어오네

물의 평화와 물의 음악과 물의 미소와

물의 맑음을

 

 

내 앞에는 오늘 내가 고를 수 있는

물건들이 있네

갈림길과 건널목, 1월 혹은 3월 혹은

9월 혹은 눈송이, 첫 번째, 분수와 광장,

거울

그리고 당신

 

 

당신이라는 만남

당신이라는 귀

당신이라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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