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아침
새떼가 우르르 내려 앉았다
키가 작은 나무였다
열매를 쪼고 똥을 누기도 했다
세떼가 몇 발짝 떨어진 나무에 옮겨가자
나무 상자로 밖에 여겨지지 않던 나무가
누군가 들고 가는 양동이의 물처럼
한번 또 한번 출렁했다
서 있던 나도 네 모서리가 한번 출렁했다
출렁출렁하는 한 양동이의 물
아직은 이 좋은 징조를 갖고 있다
문태준
아침을 기리는 노래
시간은 꼭 같은 개수의 과일을
나누어주시네
햇볕, 입술 같은 꽃, 바람 같은 새, 밥,
풀잎 같은 잠을
나는 매일 아침 샘에 가 한통의 물을
길어오네
물의 평화와 물의 음악과 물의 미소와
물의 맑음을
내 앞에는 오늘 내가 고를 수 있는
물건들이 있네
갈림길과 건널목, 1월 혹은 3월 혹은
9월 혹은 눈송이, 첫 번째, 분수와 광장,
거울
그리고 당신
당신이라는 만남
당신이라는 귀
당신이라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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