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사이 무엇을 위하여 종은 울리나

생게사부르 2016. 12. 28. 15:00

김 사이


무엇을 위하여 종은 울리나


나는 잘렸다
터무니 없이

5월 연둣빛 나무 이파리를 보는데
휴대 전화로, 그래 휴대폰으로
해고통보 문자메세지를 받았다
해고 사유는 '잡담'이다.
그리고 더 이상 회사에 갈 필요도 없었다
눈만 뜨면 전쟁을 치르듯이 아이 맡기고
30분 일찍 전철에 구겨져가던 내 밥그릇 자리
그러나 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였고
비공식적으로 잘린거다
어디에도 내가 흘린 피는 없다
어디에도 내가 살기 위해 노력 했다는 흔적도 없다
자본이 숨 쉬기 위해 내가 숨죽이다가
이름도 인격도 빼앗긴 결과다
이제 더 이상 내가 가난한 집 딸이고
돈 벌어야 하는 아내고 한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자본은 너무 자유롭고 나는 갇혀 있다
자본은 너무 안전하고 나는 위태롭다
이제 종이 울리면 쉬러 가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자본, 그래 돈이라는 것이
정규적으로 쉬러 간다

언제든지 공식적이지 않게 나는 잘리고
무엇을 위하여 종이 울린단 말인가


<반성하다 그만 둔 날> 실천문학.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