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
달걀
조금 더 착한 새가 되기 위하해서 스스로 창을 닫았다.
어둠을 뒤집어 쓴 채 생애라는 낯선 말을 되새김질 하며 살았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집은 조금씩 좁아졌다.
강해지기 위해 뭉쳐져야 했다.
물속에 가라앉은 태양이 다시 떠오를 때까지 있는 힘껏 외로움을 참아야 했다.
간혹 누군가 창을 두드릴 때마다 등이 가려웠지만.
방문房門을 연다고 다 방문訪問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위로가 되지 못하는 머리가 아팠다.
똑바로 누워 다리를 뻗었다.
사방이 열려 있었으나 나갈 마음은 없었다. 조금 더 착한 새가 되기 위해서
나는 아직 더 잠겨 있어야 했다.
김기택
계란 프라이
자궁처럼 둥글고
정액처럼 걸죽하고 투명해진 액체인
병아리는
이윽고 납작해진다 후라이팬 위에서
점점 하얗게 굳어지면서
꿈틀거린다 뜨거운 식용유를 튀기며
꿈틀거린다 불투명한 방울을 들썩거리며
꿈틀거린다 고소한 비린내를 풍기며
꿈틀거린다 굳어버린 눈 굳어버린 날개로
꿈틀거린다
보이지 않은 등뼈와 핏줄을 오그라뜨리며
한번도 떠 보지 못한 눈과
한번도 뛰어보지 못한 심장과
아무것도 먹어 본 적 없는 노란 부리와
아무것도 싸 본 적이 없는 똥구멍이
평등하게 뒤 섞여 굳어버린
계란 후라이
흰 접시위에 담겨진다
* * *
김기택 시인의 계란 프라이 참으로 리얼합니다만 요즘 서민들의 대표적인 단백질 음식인
계란 값이 오르고 있고, 닭이나 오리들이 산채로 살처분 당하고 있습니다.
기사 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전국적으로 매일 평균 65만 마리씩 살처분 되고 있다
기사 2>
살처분 인력 한 명당 하루 평균 500마리 정도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하루 1천300명 이상이 필요하다
AI 발생 41일째인 전날 기준 살처분 및 매몰 등 처리 작업에 투입된 인력은 공무원 3천 400여명,
민간인 1만9천여명(누계)에 이르고 이동통제초소 등에 투입된 인력까지 포함하면 동원 인력은 7만여 명을 웃돈다.
(외국인 근로자 등 살처분 민간 인력의 현황은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살처분 작업에 참여하는 인력이 AI 바이러스에 사실상 직접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AI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여파로 확진 및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되는 가금류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이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무한정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당국은 모든 살처분 인력에 대해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복용하도록 조치하고 있는데, 여러 번 살처분에
동원되는 사람이라도 타미플루의 부작용 등을 고려해 한 명당 최대 12주까지만 복용할 수 있다.
그 이상 되면 약 복용이 불가능해 살처분 현장에 추가 동원이 불가능하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인력난으로 살처분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기사3>
사상 최악의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로 계란 가격이 치솟고 있다. 대형마트에선 지난달 1판 당 6000원 선에
형성돼 있던 가격이 7000원으로 올랐다. 한달 새 20% 가까이 비싸졌다.
일부 소매점이나 재래시장에서는 1판 당 1만원을 호가할 정도다.
27일 홈플러스는 계란 1판(대란) 가격을 기존(6990원)보다 4.5% 오른 7290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AI파동이 확산되면서 산지 가격이 변동해 인상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네 번째 인상 조치다.
* * *
스스로 알을 깨면 한 마리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주면 계란 후라이가 된다 -J. 허슬러
스스로 알을 깨고 병아리가 되기 위해선 환경(온도)은 필수조건이고
한때 교육계에 유행처럼 줄탁동시 ' 啐啄同時, 啐啄同时' 라는 말이 떠 돈 적도 있지만
병아리가 된다 한들, 중닭이 된들 다 인간에게 먹히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는 운명이지만
지금 생으로 살처분 되는 닭이나 오리들,
결국 인간의 탐욕이 불러 온 결과들 일 것입니다.
어린 시절 남새 밭에서 지렁이나 모이를 쪼던 닭들
어미 닭을 졸졸 따라 다니던 병아리들, 혹시 매에게 잡아 채일세라 짐승들에게 잡아 먹힐까 싶어
마당에 소쿠리를 덮어 보호하던 병아리들이 생각 납니다.
사위사랑은 장모라고 ' 씨 암닭'도 마다 않고 잡아 대접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육고기가 귀한만큼 그 맛이 감칠 맛 나던 시절이지요.
육고기 참 흔하게 먹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닭이 얼마만에 펑 튀겨져 나오게 되었는지...
빽빽하게 들어찬 닭장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 하는 상태에서 밤새 불을 켜 놓고, 성장촉진제를 섞은 사료를
멕여 키운다더군요. 면역력이 약해져서 여러가지 약을 섞여 먹이기도 하고...
사실 알고 보면 영양을 가진 닭을 먹는 것인지 유해한 약과 범벅이 된 닭을 먹는 것인지
이것 저것 다 따지다 보면 그 전에 굶어 죽을 수도 있어서 알고도 먹고 모르고도 먹고
그르려니 하고 체념을 하고 사는 것인지 모릅니다.
걸 핏하면 살처분 되는 닭, 오리... AI만이겠습니까? 또 구제역이 오면 돼지들이 그렇게 수난 당합니다.
살아 있는 생명을 그렇게 죽여야 할수 밖에 없는 현실
인간의 건강이 위협 받는데 닭, 오리, 돼지 걱정하게 생겼냐고 하면 또 할 말이 없습니다만
그래도 이건 아닌데....아무리 생각해도 아닌데....어디서 부터 바로 잡아야 할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과학과 의학을 발달시켜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는 약품을 계발한들 하나 잡으면 그 보다 더
앞서 있는 변종 바이러스
자본에 지배 당하는 인간의 탐욕을 줄이고 도덕성을 회복해서 자연과 생태계를 순화시키고 정화시켜야 한다
는 원칙적인 방법 외에 저는 아는 것이 없어서
생산자, 소비자, 전문가들, 정책 입안자들이 머리 맞대고 고민하고 연구해서
참으로 바람직한 해결책이 나와서 연례행사로 자리 잡혀가는 이러한 사태가 해결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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