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강연호 12월

생게사부르 2016. 12. 20. 17:22

강연호


12월


그해 12월 너로 인한 그리움 쪽에서 눈 내렸다
마른 삭정이 긁어 모아 군불 지피며
잊으리라 매운 다짐도 함께 쓸어 넣었지만
불티 무시로 설마설마 소리치며 튀어올랐다
동구 향한 봉창으로 유난히 風雪 심한 듯
소식 갑갑한 시선 흐려지기 몇 번
너에게 가는 길 진작 끊어지고 말았는데
애꿎은 아궁이만 들쑤시며 인편 기다렸다
내 저어한 젊은 날의 사랑
눈 내리면 어둠도 서두르고 추억도 마찬가지
멀리 지친 산 빛깔에서 겨워 자불음 청하는
불빛 자락 흔들리며 술기운 오르던 허구헌 날
잊어라 잊어라 이 숙맥아, 쥐어 박듯이
그해 12월 너로 인한 그리움 쪽에서 눈 내렸다

 

 

     

 

    

 

      세밑

     '애꿎은 아궁이만 들쑤시며...'라고 했지만

 

     이제 긁어 모을 삭정이도, 군불도

     들쑤실 아궁이도 가지지 못하여

     쓸어 넣지 못하는 그리움,

     아예 그리움 자체를 가져보지 못하는 시절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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