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유계영 생각의자

생게사부르 2016. 12. 19. 13:34

유계영


생각의자


불가능해요 그건 안돼요
간밤에 얼굴이 더 심심해졌어요

너를 나라고 생각한 기간이 있었다

몸은 도무지 아름다운 구석이라곤 없는데
나는 내 몸을 생각할 때마다 아름다움에 놀랐다

나는 고작 허리부터 발끝까지의 나무를 생각할 수 있다
냉동육처럼 활발한 비밀을 간직한 나무의 하반신을 생
각할 수 있다

나무의 상반신은 구름이 되고 없다

어떤 나무의 꽃말은 까다로움이다

사람들은 하루를 스물네 마디로 잘라 둔 뒤부터
공평하게 우울을 나눠 가졌다
나는 나도 아닌데
왜 너를 나라고 생각했을까

의자를 열고 들어가 앉자
늙은 여자가 날 떠났다
나는 더 오래 늙기 위한 새의자를 고른다
나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정의를 내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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