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유홍준 저수지는 웃는다

생게사부르 2016. 11. 24. 13:38

유홍준


저수지는 웃는다


저수지에 간다
밤이되면 붕어가 주둥이로
보름달을 툭툭 밀며 노는 저수지에
간다

요즈음의 내 낙은
저수지 둑에 오래 앉아 있는 것
아무 돌멩이나 하나 주워 멀리 던져 보는


돌은 던져도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는 저수지의 웃음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것 긴긴 한숨을
내뱉어 보는 것

알겠다 저수지는
돌을 던져 괴롭혀도 웃는다 일평생 물로
웃기만 한다

생전에 후련하게 터지기는 글러먹은 둑,
내 가슴팍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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