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유홍준 오동도로 가는 問喪

생게사부르 2016. 11. 2. 10:44

오동도로 가는 問喪 / 유홍준


 

남해 고속도로를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한 떼의 늙

은이들이 몸을 흔들고 있다 늙음마저도 한때, 제 늙음을 탕

진하기 위하여 지랄, 발광을 해댄다 늙어빠진 것이 무슨 바

다를 뛰어들겠느냐 늙고 병든 것이 무슨 염병할 계단을

라가 동백을 보며 한숨을 쉬겠느냐 진작 술이 올라 시뻘게

졌다 단숨에 뚝 떨어져 버리면 그만, 呪文도, 呪術도 없이 금

방 한 무더기 진달래 군단이 되어 어라, 냅다 동백 무찌르러

달려나간다 후문으로 왔다가 후문으로 빠져나가는 불륜같

은 삶, 섬진강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마다 늙은 항문 늙은

후문 뭉텅뭉텅 피동백을 피워놓고 동백 다 봤다 동백 다

웠다 제 몸 속의 동백을 다 흘려보낸 늙은이들, 귀청 때리

는 트로트 메들리가 장송곡으로 들려 오는 남해고속도로 ,
죽음도 한때, 나는 속도를 늦추고 관광이라고 쓴 영구차를

따라  천천히 조문을 간다

 

 

 

 

 

*          *           *

 

 

메멘토 모리(Menento mori),

아모르 파티(Amore Fati),

카르페 디엠(ㅊCarpe diem)이 다 들어 있는 시?

 

 

역시 유홍준 선생님스러운(?) 시

 

오늘 수업 하시다가

'권한 문학제' 참석하러 마산 솔밭에 오셨는데...

무슨 말을 하시려나...하고 기다리고 있는 우리들이 들은 말,

 

' 춥어 ** 뻔 했다' 

 

' 추워 죽을 뻔 했다' 는 얌전한 말은 절대 샘 스퇄이 아닙니다

 문하생들이 일제히 빵 터졌으니  * * 에 들어 갈 말은 상상에 맡깁니다.

       단풍보러 가는 관광철입니다.

 

동백이고, 진달래 군단이니 어르신들이 여수 오동동로 봄 꽃구경 가시는가 ?

하긴 시는 상식이 아닌 상상이라

남해안에는 겨울에도 동백이 피고 관관 나선 어르신 기분좋아 불콰하게 약주 한잔 하시면

진달래 군단이 뭐 계절과 상관 없어도 그만...

이전 우리 부모님 세대 '해치(?)'간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런 단어가 있는지 글자 표현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꽃 구경이든 단풍 구경이든 갔다가

술 한잔 하시고 불콰하니 흥이 돋아 음악소리 쾅쾅거리면서

차에서 춤을 추고 노시는 광경을 보면 그 심정에 동조해서

' 참 기분이 좋으신가보다' 는 공감보다

' 차에서 저러면 위험하지 않나? ' 하면서 주책스럽게 여겨진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특히 요즘은 그렇게 노는 분들이 많지 않고

안전을 위해 교통 단속을 해서 벌금도 매기고 한다니 좀 줄어 들었겠지요. 

 

관광 다녀도 조용하게 바깥 풍경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노는 사람은 놀더라도 그냥 가만히 두어두면 좋은데... 

어떨 경우 기필코 동참시키려 할 때는 좀 난감합니다. 

 

물론 어떤 모임에서 소임을 맡은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있기도 하고

또 놀때 함께 동참해 주지 않으면 분위기를 이끄는 사람입장에서는 뻘쭘해 지니 그 노고를 생각해서

협조를 해 줘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마다 즐기는 스타일이 다른 것 또한 사실이고...

한번은 ' 저러다 차가 급정거하면 다칠텐데, 단속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고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불편하던 차에 경찰차가 따라와서 차를 세우고 주의를 준 적이 있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교사인 나는 그런 일을 당하면 부끄러워져서서

그런 분위기가 계속되는 모임은 참석하기가 꺼려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우리세대는 감정은 억눌러야하는게 미덕이어서 이성을 과도하게 작동시키며 살아 온 탓에

'감정에 솔직하거나, 감정을 밝고 자연스럽게 표출하기에 익숙하지 않은 채 살아온 평생이어서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쉽지 않을테고...

 

그런 저런 연유로 인간 밑바닥까지 철저히 노출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잡아채야 하는 시 쓰기

쉽지 않네요. 글이라는게 그 사람 유형무형의 스타일인데 성향상 문학적인 글쓰기가 어려울 것 같은,

여러모로 생각이 많은 가을입니다.